대한민국의 새 희망, 농촌
중앙일보 2024.04.23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농촌이 대한민국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지난해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도시인구 집중도(431.9)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5.3)의 4배 이상 높다. OECD 평균 수준으로 도시인구 집중이 낮아지면 합계 출산율이 무려 0.41명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농촌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교육·의료 등 생활 서비스 시설의 부족과 무분별한 난개발은 농촌 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심한 경우, 무수히 들어선 공장들은 전원 풍경을 망치는 것을 넘어 악취와 유해물질 배출로 주민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농촌 공간을 체계적으로 개발·보전할 수 있는 이른바 ‘설계도’의 부재에 있다. ‘도시계획’을 통해 주거·상업·공업 등으로 세분화해 체계적으로 개발하는 도시와 대조된다. 국토의 89%를 차지하는 농촌을 장기적·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농촌의 미래를 그려야 할까? 좋은 일자리가 있고, 편의시설·교육·의료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쾌적하고 편리한 농촌이라면 누구나 살고 싶지 않을까. 요컨대, ‘농촌공간계획’은 농촌의 잠재력을 깨워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청사진’이라 할 수 있다.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 3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정부와 139개 시·군은 기본계획을 10년마다 수립하게 된다. 정부는 최소한의 방향만 제시하고, 지자체는 주민과 함께 지역 특색을 살리는 상향식 구조다.
핵심은 7개의 ‘농촌특화지구 도입’이다. 농촌마을보호지구, 산업지구, 농촌융복합산업지구 등 농촌 공간을 기능별로 나누고 농지규제 완화와 기존 시설 정비·재배치 지원으로 주거지, 산업시설의 집적화를 유도한다. 주거지역에는 서비스 기능을 집중적으로 배치하여 삶의 질을 높이고, 산업시설은 집적해 계획적으로 관리하면 난개발을 방지할 수 있다. 농촌융복합산업지구에 특례를 적용해 농촌 경관, 문화 등 지역 자원과 유휴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창업도 촉진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 지자체, 주민, 민간기업의 참여와 협업이다. 지자체가 주민제안, 주민협정 제도를 바탕으로 작게는 마을부터 크게는 시·군 단위로 농촌을 활성화하기 위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농촌공간계획에 담으면 정부는 농촌협약을 통해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농촌은 농사만 짓는 곳이 아니라 국민이 살고, 일하고, 쉬는 가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국민에게 다양한 기회와 행복을 제공하고,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대한민국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농촌공간계획으로 새롭게 그려나갈 농촌에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당부드린다.